한 해의 은혜 갚기 //
십이월의 첫날 아침 산을 오른다.
구름 낀 산 속은 다시 밤이 되려 한다.
발소리에 놀란 멧돼지 줄행랑을 놓고
산새들은 침입자에 놀란 듯 부산히 짖어 댄다.
간간이 비쳐 오는 햇살은 생을 마친 풀잎에 옥주를 만들고
바위 틈에 흘러내린 하얀 고드름 햇살의 인사에 씨익 웃는다.
높이 자란 나뭇가지 허공에서 서로 만나
끼익~끽 소리내며 불청객을 경계하면
헛기침 한번으로 존재를 알리고
곡괭이로 나무를 쳐 그 소리로 기선을 잡는다.
주머니에 들어 있는 몇 가지 씨앗들
그들의 고향땅에 하나 둘 돌려 보낸다.
사람들의 눈길에서 오랫동안 벗어나
대대손손 후손 늘려 번창하기를
돌아서는 발길마다 기원하면서...
또 다른 날이 오면 또 다른 그들의 고향으로
주머니 가득 씨앗 넣고서 한 해 동안 입은
은혜 갚으러 갈 것이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