下山하는 남자//
심산유곡에 장마비가 내린다.
흠뻑젖은 사내, 가쁜 숨, 하얀 입김.
몸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운무.
막다른 능선, 사선으로 그어지는 빗줄기.
맹수의 눈빛, 아득히 먼 아래를 본다.
눈을 감고 상심을 버린다.
가늘게 뜬 눈, 세상이 보인다.
허~ 비경이라, 절경이로다!!
이곳에 멈추어도 좋겠다.
이 나무들 처럼, 이 풀들 처럼..
아직 남은 다른 세상을 떠올려
다시금 서둘러 下山을 시작한다.
나뭇잎이 모아 놓은 더 큰 비를 헤치며
오늘도 남겨 둔 세상으로 하산을 한다.
2005년 8월 우중 산행을 마치고..